포도주의 고대 역사
술 중에서도 과일주(과실주)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양조주의 일종으로 고대 메소포타미아 시대부터 와인을 식사에 곁들이거나 요리에 사용했으며, 이는 현재 서양 음식 문화의 기본이 되었다.
현재도 서양 술이라고 하면 와인과 맥주가 가장 먼저 나올 정도. 다만 포도라는 과실 자체가 당과 효모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자연 발효를 통해 와인이 되기에 어디서 누가 처음 만들어 먹었는지 추정하는 것은 많은 난제가 따른다.
아프리카에서 원숭이나 코끼리가 물이 괸 웅덩이나 나무 구멍 등에 나무 열매가 떨어져 자연 발효되어 생긴 자연 과실주를 음용하는 사례가 목격된 바 있다.
지구상에 인류가 처음 나타난 것이 약 200만 년 전이라 추정하는데 포도는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전인 약 700만 년 전부터 있어왔기 때문에 포도주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보다 앞선다고도 할 수 있겠다.
기원전 7,000년 무렵 조지아 ~ 아르메니아 ~ 튀르키예 동북부 지역, 이른바 캅카스 지방에서 출토된 포도씨앗과 타르타르산(tartaric acid)를 보고 최초로 포도를 재배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기원전 6,000년경의 포도 씨, 항아리, 와인 만드는 기구 등이 발견되었으며 이후 신석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토기가 등장했고 기원전 약 4,000년에 와인 용기의 뚜껑으로 추정되는 유물이 조지아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기원전 약 3,5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와인 용기 안에 와인이 있었던 흔적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발견 기록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와인 항아리 유물이 발견된 조지아를 '포도주'의 기원으로 볼 수 있지만, 시대 차이가 있을 뿐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코카서스 지역을 시작으로 소아시아를 통해 발칸(고대 그리스)으로, 그리고 이탈리아(고대 로마)로 전래되었다가 로마 제국의 영향으로 이베리아 및 프랑스 지역까지 퍼져나갔다는 것은 대개 부정하지 않는다. 대략 올리브와 거의 전파 경로를 같이한다. 때문에 공식적으로 포도주는 유물로 증거가 남아있는 한에선 가장 오래된 술로 꼽힌다.
다만 실물이 없어서 그렇지 여러 고대 기록과 양조장 유물 등 증거를 보면 학계에서는 맥주를 가장 오래된 술로 보고 있다.
수메르의 길가메시 서사시에도 와인과 관련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와인의 역사는 매우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고대 이집트 유물을 보면 현대의 와인처럼 와인병에 양조한 연도, 장소, 포도의 품종을 기록한 라벨을 붙여 관리했을 정도였다. 또한 성서에 따르면 노아가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후 최초로 빚은 술이 와인이었고, 예수 그리스도 가 최초로 행한 기적이 물을 포도주로 바꾼 것이다.
카나의 혼인잔치 이야기에서, 예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가 "잔치에 쓸 포도주가 다 떨어져서 큰일이다"라고 예수에게 말하자 잠시 고민하다가 물을 포도주로 바꾸었다고. 예수가 최후의 만찬 자리에서 성체성사를 제정하면서 축성한 술 또한 포도주였고, 이에 포도주가 미사에 사용되면서 서구에서는 신성한 이미지 또한 갖게 되었다. 동아시아에 와인이 유입된 이유 역시 기독교와 관련이 있다.
중국에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오래전부터 포도주의 제조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허난성에 위치한 자후 유적지에서 초기 신석기시대인 약 9천 년 전 최초로 포도를 사용해서 술을 빚었던 흔적이 발견되었다.
이 술은 포도와 산사나무 열매, 그리고 꿀을 사용하여 만든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에서는 전 세계 야생 포도 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50종 이상의 포도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원사 시대를 거치면서 곰팡이로 곡물을 당화시킬 수 있는 단계를 맞이한 중국에는 수수나 쌀로 만든 술이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렇다고 과일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상나라의 도시 타이시에 과실주가 양조되었던 흔적이 남아있으며, 주나라 시대의 주례(周禮)에는 적어도 두 종류 이상의 술이 묘사되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과일로 만든 술(酪)이다.
기원전 2세기 말에 유라시아의 포도가 중국으로 전래된 기록이 남아 있다. 한무제의 특사로 중앙아시아로 갔던 장건 장군은 유라시안 포도(Vitis vinifera ssp. vinifera)가 재배되는 것을 보고 장안(長安)으로 와인 제조용 포도를 가져왔다.
이후로도 쌀과 포도를 사용하여 포도주를 빚은 기록들이 여럿 남아있다. 예를 들면 조조의 아들이자 위나라의 황제이던 조비의 경우 포도는 물론 포도로 담근 술을 극찬했다.
이러한 종류의 포도주가 아시아권의 역사적인 포도주라고 할 수 있으나, 근현대에 와인(wine)이란 단어가 '포도주'라는 포도로 빚은 술을 총칭하는 말로 번역되어 동아시아의 포도주를 따로 칭할 말이 없는 것은 다소 안타깝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서양의 와인(wine)이란 단어는 포도만이 아니라, 과일이나 꿀 등의 재료에 들어있는 당을 바로 발효시켜서 만든 술의 총칭이다. 이것은 곡식의 낱알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을 일단 당화 시킨 이후에 발효시키는 방식과 비교된다.
대표적으로 맥주가 맥아를 만드는 과정에서 곡물을 당화시키며, 동아시아 내 쌀, 수수, 보리로 만든 술들이 누룩을 이용해서 곡물 당화를 한다. 이 과정이 와인(wine)과 비어(beer)의 결정적인 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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