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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파뉴의 역사와 의문

알꼴요정 2023. 4. 27.

17세기 상파뉴 지방은 원래 부르고뉴와 더불어 프랑스의 왕족과 귀족들이 마시던 고급 스틸 와인의 산지였다.

하지만 이 스틸 와인에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바로 기포(Bubble)가 생겨 발효 중인 와인이 들어 있던 병이 종종 깨지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다소 추운 샹파뉴 지역에서는 겨울이면 와인 발효가 중단됐다가 날씨가 포근해지는 봄에 재차 발효가 진행되면서 탄산가스가 발생하곤 했다. 이렇게 생겨난 탄산가스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병을 깨뜨렸던 것이다. 처음엔 이를 '악마의 술'이라 부르며 기피하기도 했다.

이 골치 아픈 기포를 없애고 훌륭한 스틸 와인(탄산이 없는 와인)을 완성하라는 임무를 맡고 샹파뉴 지방의 오빌레(Hautvillers) 수도원의 관리자로 파견된 수도자가 바로 돔 페리뇽(1638~1715)이다. 1668년 샹파뉴 지방 오비예 수도원의 취사와 와인 담당 수도자로 부임한 그는 독특한 방식으로 병이 터지지 않으면서도 거품이 살아 있는 와인을 개발한다.

부드럽고 산뜻한 샹파뉴는 곧 귀족과 왕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는데, 오늘날까지도 품위 있는 파티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존재로 사랑받고 있다.


진위에 대한 의문


그러나 최근 이 설 자체가 진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 이야기가 와전되어서 돔 페리뇽이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한 것을 가지고 그가 시각장애인이었다는 낭설도 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1668년 돔 페리뇽이 오빌레 수도원으로 파견되기 6년전, 영국의 크리스토퍼 머렛(Christopher Merret)이란 과학자가 스파클링 와인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연구한 기록이 있다. 와인에 남은 당분이 어떻게 탄산으로 바뀌게 되는지를 기록하였으며, 이 방법을 통해 모든 와인을 스파클링 와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내용. 여기에서 머렛은 한발 더 나아가 영국의 상인들이 먼저 발포성 와인을 만들어볼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참고로 당시 영국은 석탄으로 강한 화력을 이용하여 유리병을 만들었으며, 그래서 더 강한 유리병으로 탄산을 잡아둘 수 있었다.

반면 1668년 돔 페리뇽이 오빌레 수도원에 부임했을 때는 오히려 탄산이 문제였다. 애초에 수도원 부임의 목적이 탄산이 없는 와인 제조가 목적이었으며, 그 목적대로 와인의 탄산을 사전에 제거하는 법을 연구한 것이다. 당시의 프랑스는 탄산이 생긴 와인을 일종의 오염된 와인으로 봤다. 그의 경험으로 피노 누아가 탄산이 생기지 않는다 판단하여서 피노 누아를 훌륭한 품종으로 보았다. 대신 그는 과감한 가지치기와 수확방법, 피노 누아를 활용한 양조법과 블렌딩 기법, 재발효의 억제(즉, 탄산이 생기지 않게 하는 법)에 고심하여 와인의 고품질화를 이끌었다.

1718년 발간된 '돔 페리뇽의 지침'이라는 책은 피노 누아를 활용한 고급 와인 양조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에는 돔 페리뇽은 재발효를 일으키는(=탄산이 생기는) 청포도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있다.

1821년, 오빌레 수도원에 부임된 돔 그로사르(Dom Grossard)가 수도원의 부흥을 위해 샴페인이 여기에서 창조되었다는 전설을 만든다. 이전까지는 돔 페리뇽은 위대한 양조자였지 샴페인의 창조자가 아니었다. 별을 마신다는 말을 했다거나, 병이 터지는 걸 막기 위한 특수한 코르크를 고안했다는 등의 말도 이때부터 생긴다. 이 이후로 돔 페리뇽은 신격화되었고, 덤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즐겼다는 돔 페리뇽이 졸지에 장님이라는 풍문이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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