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대 명주 죽력고 특징
竹瀝膏죽력고 조선 3대 명주 죽력고의 추출과 특징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최남선이 조선상식문답에서 이강고, 감홍로와 함께 꼽은 조선 3대 명주로, 대나무 진액이 첨가되는 약소주의 하나. 주세법상 분류는 일반 증류주. 본래는 지역 전반에서 만들어지던 지역의 술이었으나, 일제강점기 전후로 명맥이 끊겼다. 다행히 송명섭 명인이 외조부가 추려둔 비전을 가지고 있다가 이를 바탕으로 2000년부터 생산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식품명인 제48호,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6-3호로 지정되어 있다.
정읍시에서 소량 생산되는 술로, 중요 재료인 죽력의 추출이 매우 어려워서 의외로 귀한 술이다. 죽력의 추출법은 바로 아래에 서술. 추출법을 아는데 왜 따라 하지를 못해 송명섭 명인은 죽력고의 제법을 배우러 찾아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공개하고 있지만 워낙 쉽지 않은 일이라 중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송명섭 명인은 술 빚기에 관한 출강을 자주 다니는 편이며 양조장 앞마당에서도 강의를 한다.
죽력의 추출법
죽력은 대나무의 진액으로, 대나무에서 나오는 3가지의 한약재(죽엽, 죽력, 죽여)중 하나다. 대나무에 불을 쬐어서 추출하는데, 한약재로서의 추출법과는 꽤 다르지만 며칠에 걸쳐 엄청난 내공을 들여야 만들어지는 재료이므로 대량생산이 매우 곤란하다. 다른 명주들에 비해 생산량이 적었는데도 조선 3대 명주에 당당히 꼽힐 만큼 명불허전이라는 평가.
여기서 죽력고 전체의 공정을 볼 수 있다.
저기서 나오는 죽력만의 제조공정을 정리한다면
- 손질한 대나무를 알맞은 크기로 자른다.
- 대나무 토막을 항아리에 가득 담는다.
- 구덩이를 파고 죽력을 담을 그릇을 살짝 묻은 다음 대나무가 담긴 항아리를 엎어서 올려놓고 한지로 봉한다.
- 항아리를 황토 덩이로 두껍게 잘 덮는다.
- 항아리 주위로 말린 콩대를 빙 둘러놓고 불을 지른다.
- 콩대가 다 타고 약간의 불씨를 남겨둔 상태에서 쌀겨를 들이붓는다. 이 쌀겨가 전부 탈 때까지 기다린다. 이 과정은 보통 1주일 정도 걸린다.
- 쌀겨가 다 타면 봉한걸 풀고 죽력을 확인한다.
상당히 지루하고 오래 걸리는 과정으로, 중간에 비라도 오면 지금까지 과정이 모두 허사가 될 수 있어 난감해진다. 거기다가 저 과정을 모두 거쳐도 죽력이 제대로 추출되지 않을 수도 있어서 상당히 진귀한 재료인 셈이다. 이 정도면 그냥 보통 술을 넘어서 몸에 좋은 약주라고 봐도 좋다.
한약재로 쓰이는 죽력은 조금 다른 과정을 거치는데, 대나무 줄기를 마디가 막히지 않게 자르고 끄트머리를 가열하여 터진 쪽으로 흘러나오는 진액을 모은다. 사실상 한약재로서 모으는 방법이 가장 번거롭고, 죽력고에서 만드는 방법은 떼로 넣어 만들고 콩대와 쌀겨의 속불로 화력을 조절하기 때문에 그나마 쉬운 편이다.
이걸 꿀, 생강, 솔잎, 대나무 잎, 창포, 계피랑 섞어서 소주고리에 넣고 증류해서 죽력고가 탄생된다.
전통주는 원료 공급가액에 25%까지만 이윤을 붙일 수 있기 때문에 제대로 값을 받지도 못한다고 하는데, 정작 주세법에는 그런 거 없다. 통상이윤이라 하여 10%를 산정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세금 계산을 위한 것으로 실제 이윤과는 무관하다. 아무튼 그래서 죽력고를 팔아도 크게 남는 것은 없다고 한다. 생산량과 제작 과정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인데 위의 사진 한 병에 약 10만 원 정도로 판매된다. 하지만, 죽력을 만드는 과정의 고된 노력과 몸에 좋은 효능을 생각하면 10만 원이 아깝지가 않을 정도로 매우 좋은 퀄리티의 술이다.
특징
알싸하고 매우 상쾌한 맛이 나며, 대나무 특유의 진한 향이 난다. 도수는 32도로 제법 높은 편이지만 도수가 높은 술 특유의 목이 뜨거워지는 식감이 하나도 없어서 목넘김이 굉장히 좋고 단번에 원샷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매우 부드럽다. 그리고, 예거밤처럼 잘 취하지 않기 때문에 한 번에 많이 마시지 않도록 주의해서 마셔야 한다.
죽력이 들어가서인지 꽤나 걸쭉한 식감을 가지고 있으며, 술 색은 샤르트뢰즈와 비슷하다.
여담
일제에 저항해 동학 농민 혁명을 이끈 녹두장군 전봉준 장군이 "전북 순창 쌍치에서 일본군에 잡혀 흠씬 두들겨 맞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서울로 압송될 때 죽력고를 먹고 기운을 차렸다" 는 기록이 매천 황현이 쓴 오하기문에 남아있다. 현재까지 남아있는 들것에 실려 호송되는 사진의 모습도 죽력고의 위력이라고. 한양까지 호송되는 과정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죽력고를 마시고 정신을 차려 꼿꼿이 앉아서 갔다고 한다.
백화점에서도 종종 찾을 수 있으며, 전통주의 인터넷 판매가 허용됨에 따라 인터넷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따라서 예전에 비해 접근성과 가격이 상당히 합리적으로 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인터넷에서는 8~9만 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으며, 운이 좋거나 연줄이 있으면 오프라인에서 더 싸게 구입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선 3대 명주로 부르는 높은 가치를 생각하면 10만원은 비싸지 않은 가격의 퀄리티라는 게 중론이다.
양조장에 직접 방문하는 경우 인터넷 판매가보다 훨씬 싸게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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